쥐의 수정란이 배반포기에 이르렀을 때 내세포괴에서 추출, 배양한 세포가 만능성을 가진 배아 줄기세포였습니다. '줄기세포'가 오늘날에는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에까지 매우 잘 아려진 용어가 되었지만 실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배아줄기세포라고는 해도 쥐의 세포는 인간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는 극히 일부의 생물학 전공자들에게나 알려진 생소한 용어였고 관심도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배아줄기세포 활용에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연구가 시작되었을까요?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1998년 세계 최초의 인간배아 줄기세포주가 확립이 된 이후부터 급격히 바뀌게 됩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제임스 톰슨은 인간의 배반포기 수정란의 내세포괴를 배양하여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최초로 배양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 소식은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매우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됩니다.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유도된 세포를 이용하여 이전에는 쉽게 연구하지 못했던 인간 세포를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세포를 줄기세포로부터 유도하여 이식하며 세포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윤리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톰슨이 만든 인간배아 줄기세폰는 자궁에 착상만 시키면 바로 아기가 되는 배반포기의 수정란을 파괴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목적으로 인공수정을 시켜 탄생한 수정란은 파괴하여 얻은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과연 윤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큰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2001년 미국정부는 이미 만들어진 배아 줄기세포만 유지하고, 새로운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에 추가적인 연방 연구비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내 연구자들은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이 조치는 사실상 미국 내에서 인간의 수정란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것과 동등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문제 외에도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유도된 세포는 수정란 공여자의 HLA를 갖고 있기 때문이고, 이를 다른 타입의 HAL를 가진 환자에 이식하게 되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환자에게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던 방밥 즉,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여 복제배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만든 복제 배아를 산모의 자궁에 이식하면, 이것은 체세포 공여자와 완전히 동일한 유전형질을 가진 '복제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 차가 있는 일란성쌍둥이 동생'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란성쌍둥이 동생'은 당연히 체세포 공여자와 유전형질이 완전히 동일하므로 HLA도 동일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복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대신, 이를 파괴한 후 내세포괴를 얻어서 배아 줄기세포처럼 배양하게 되면, '핵치환 줄기세포'가 될 수 있습니다.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고, 1998년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수립된 이후 이 두 가지 기술이 접목하여 면역 거부반응이 해결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핵이식 복제를 통해 클론을 만드는 과정은 다양한 난자에 체세포를 이식하여 다량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고, 이들을 동물에 착상시켜서 발생하는지 지켜보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제 수정란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발생하지 못했습니다. 체세포를 난자에 넣어서 복제동물이 태어난다면, 체세포의 후성학적 신호가 성공적으로 리프로그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것은 발생하는 빈도가 무척이나 낮은 일이어서 수백 개 이상의 복제 수정란을 이식해도 겨우 한두 개체가 태어날 정도였습니다.
복제 수정란을 이용하여 배반포기에 파괴하여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복제 수정란과는 달리 난자와 정자의 체외수정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은 산모에게 이식하면 대부분 발생으로 이어지지만, 자연 수정란 유래의 줄기세포는 그리 손쉽게 수립되지는 않았습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난자를 확보하거나, 핵이식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인간의 복제 배반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난임치료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과배란 유도 호르몬 주사를 투여해야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동물이라면 수백 개 이상의 많은 양의 난자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복제배반포를 얻는 실험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자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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