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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세포가 방사능에 의해서 쉽게 손상되고, 골수를 이식하게 되면 조혈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이러한 지식을 질병치료에 활용하려는 의사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백혈병은 골수세포에서 발생한 유전적 이상 때문에 백혈구가 변해서 생긴 암세포가 혈액 안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생겨나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백혈병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유전적 이상을 가진 골수세포 역시 방사능 치료를 하면 정상 골수세포와 함께 죽게 됩니다. 그러다면 이런 경우 타인 유래의 정상 골수세포를 이식하게 되면 암세포로 변질된 골수세포를 회복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혈액세포 모습/ 출처 PIXABAY

 

바로 이런 아이디어가 1956년에 첫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쥐에 X선을 쪼여 골수세포를 죽인 다음 골수를 이식해서 재생불량성 빈혈이 회복되는지 관찰이 이루어졌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눈 실험에서 한 그룹은 동일한 근교계 쥐의 골수를 이식받았고, 다른 그룹은 족보가 다른 근교계 마우스의 골수를 이식받게 됩니다. 전자의 그룹은 백혈병에서 회복되었고 빈혈 증세도 완화되었지만, 후자의 그룹은 백혈병이 호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세포 이식의 부작용 탓에 모든 쥐가 바로 죽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로 두 가지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첫째, 애초에 기대한 것처럼 방사능으로 골수세포를 죽임으로써, 나중에 암세포로 변하는 골수세포를 죽일 수 있으며, 이것은 정상적인 골수세포 이식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장기이식과 마찬가지로 골수세포의 이식에도 '피아식별'에 의한 거부반응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인간에게도 적용할수 있을까요? 1956년 미국의 의사 에드워드 토머스는 6명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화학요법과 방사능으로 골수세포를 파괴한 후에 타인의 골수를 이식했습니다. 환자들은 일시적인 치료효과는 보였지만, 모두 100일 이상 생존하지는 못했습니다. 1956년에는 아직 HLA/MHC와 이식거부에 대한 지식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골수 공여자와 수혜자의 유전형이 같아야 한다는 것은 고려되지 못했습니다.

 

1960년대에 장기이식 적합도를 테스트하는 백혈구 응집 검사 기술이 개발이 되었는데요. 1969년 에드워드 토머스는 골수 공여자와 수혜자의 HLA를 검사한 후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해보았습니다. 100명이 급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도한 결과 치료효과를 보게 됩니다. 1977년 보고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100명의 환자 중 13명만이 골수이식 후 1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의 HLA유형 검사자료가 축적이 되면서 이식 거부를 최소화하는 유형의 공여자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1979년에는 방사능 치료와 골수이식을 통해 절반 이상의 급성 백혈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골수이식에 의한 백혈병 치료는 타인의 세포를 이식하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였으며, 토머스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서 199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토머스가 이식한 골수에는 조혈 줄기세포가 들어 있어서 대표적인 혈액암인 백혈병을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혈 줄기세포는 혈액세포의 계통에 속하는 세포라면 어떤 것으로든 분화가 가능하지만, 다른 계통의 세포로는 분화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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